제주에서 '민오름'은 송당리와 수망리, 오라동, 선흘리와 이곳 봉개동까지 모두 다섯 개나 있다. 그래서 그냥 '민오름'이라고 해서는 어디에 있는 오름인지 알 수 없어 동네 이름을 붙여서 부른다. 산 위에 나무가 없이 초지를 이뤄 민오름이라 불렸을 텐데, 지금은 모두 울창한 숲에 뒤덮여 이름을 무색하게 한다. 절물자연휴양림 맞은편의 봉개동 민오름은 해발고도 651m로, 민오름 중에서 가장 높다. 오름을 스쳐 지나는 절물조릿대길과 연계해 걷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탐방은 절물오름과의 사이를 지나는 명림로에서 시작된다. 들어서자마자 온통 빼곡한 숲이다. 하늘을 뒤덮으며 아무렇게나 자란 나무 대부분은 낙엽활엽수다. 울창하게 하늘을 메워 여름엔 거의 해가 들지 않는다. 수목들 사이, 제멋대로 널브러진 화산석 위로 야자 매트가 깔려 탐방로는 울퉁불퉁, 구불댄다. 곶자왈 사이로 길이 난 셈이다.
명림로에서 오름 비탈이 시작되는 지점까지는 100m 남짓. 그 사이에 처음엔 오른쪽으로, 조금 더 가면 왼쪽으로 길이 갈라진다. 절물오름 입구에서 시작해 사려니숲을 만나기까지 3km 이어지는 한라산둘레길 8구간인 ‘절물조릿대길’이다.
민오름 들머리의 안내판에는 정상까지 645m라고 적혔다. 오름 사면을 따라 활엽수와 조릿대가 뒤섞인 울창한 숲 사이로 꽤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정상부 능선의 초지대를 만나기까지는 조망도 막혀서 오르는 게 만만치 않